수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느 현자가 그린 대로 모양, 색깔, 감촉, 움직임을 갖는 풍경의 세계일까?
어떻게 생겼든, 현자가 아닌 우리는 수의 세계를 숫자와 기호로 이루어진 메타언어로 표현한다.
그러니 수의 세계를 여행하려는 자, 이 메타언어를 깨달아야 한다.
소리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듣지도 못하는 절대 고독의 작곡가에게처럼, 어루만지고 쓰러뜨리며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고 얼어붙게 하기도 하는 바람의 세계일까?
어떻게 생겼든, 절대 고독을 모르는 우리는 소리의 세계를 음표와 기호로 이루어진 메타언어로
표현한다. 그러니 소리의 세계를 여행하려는 자, 이 메타언어를 깨달아야 한다.
생명의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달걀처럼 생겼을까, 올챙이처럼 생겼을까,
아니면, 거시기처럼 생겼을까, 머시기처럼 생겼을까?
어떻게 생겼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우리는 생명의 세계를 인간의 언어로 이루어진
메타언어로 표현한다. 메타언어 대신 학술용어라는 낱말을 사용할 따름이다.
그러니 생명의 세계를 여행하려는 자, 먼저 인간의 언어를 깨달아야 한다.
언어는 생각의 도구이다. 언어를 깨닫는 자, 생각이 자유스럽다. 생각이 자유스러운 자, 새로운 생각을 만든다.
- 언어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Language Will Free You
LINGUA LIBERABIT VOS
Ἡ ΓΛΩΣΣΑ ΛΥΣΕΙ ΥΜΑΣ
이 책의 이름은 잘못되었다. <의학 어원론>이 아니라 <생명과학 어원론>이다.
Biological Etymology
ETYMOLOGIA BIOLOGICA
Ἡ ΒΙΟΛΟΓΙΚΗ ΕΤΥΜΟΛΟΓΙΑ
<생명과학 어원론>으로 바꾸어도 잘못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영어 어원론>이다.
English Etymology
ETYMOLOGIA ANGLICA
Ἡ ΑΓΓΛΙΚΗ ΕΤΥΜΟΛΟΓΙΑ
여기까지 오는데 10년 꼬박 걸렸다. 나의 세 아들들이 아니었으면 시작도 안 했으리 -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수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도 아들들이 들려준 이야기이다. 낳고 키워준 애들 엄마가 고맙다.
인사(compliments)가 없으면 완수(completion)도 없다. compliment 와 completion 의 어원이 같은 이유이다. 고려대학교의 이기용 명예교수(영어), 전남대학교의 이환묵 명예교수(영어), 김순임 교수(독어), 송경안 교수(독어), 류재한 교수(불어), 원광대학교의 문형배 교수(의학), 서남대학교의 김진 교수(의학), 전라남도 보건환경연구원의 김미숙 박사(의학)께서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군의관 정무오 군(의학)도 한몫 이상을 해주었다.
완수(completion)를 위한 인사(compliments)가 한두 번으로 끝날 수 있는 책은 없다. 전례 없는 책을 발간하겠다고 나선 군자출판사가 고맙다. 작은 박이라도 터져 조금이라도 도움 되기를 - 진심이다. 나에게도 도움 될 테니까.
흔히 서문이라고 하는 preface 의 어원은 라틴어 praefatio (＜ prae- before, beyond + fari to speak ) - ʻ먼저 말하기ʼ이다. ʻ운명ʼ이라는 영어 낱말 fate (＜ L. fatum what is spoken ＜ L. fari to speak ) 와 뿌리를 같이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 책을 쓰게끔 운명 지워져 있었다.
언어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이 책의 존재 목적이다 ),
etymologia@yahoo.com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