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은 辨證論治 의학이다. 辨證이 아무리 정확해도 論治에서 辨證에 맞는 유용한 치료를 확보하지 못하면 소기의 치료목적에 차질을 빚는다. 論治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鍼灸와 약이다. 옛부터 一灸二鍼三藥이라고 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여기서 약이라고 하면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배합하여 만든 韓藥製劑인 方劑가 주를 이룬다. 방제에 대한 깊고 정확한 이해는 바로 치료효과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국민들에게 양질의 한의 의료 시혜를 제공하는데, 방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높다고 할 것이다. 방제학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교수방법, 교재, 학생수준, 교육시설, 평가시험 및 교육시간 등을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그중에서도 양질의 내용을 갖춘 교재개발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方劑學 공동교재 편찬의 출발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2개 한의과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의 방제학교실에서 교육되고 있는 方劑學의 주교재는 『東醫臨床方劑學』(尹吉榮), 『바른 方劑學』(康舜洙), 『方劑學』(韓醫科大學 方劑學敎授), 『處方劑型學』(朴性奎 外), 『圖解增補 東醫方劑와 處方解說』(尹用甲)과 『본초방제학』(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통합강의록)의 6종으로 파악되었다. 외관상 방제학이 다양하게 교육되고 있어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방제학이 보편적인 학문으로 체계화되지 않은 채 교육되는 난립현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2012년 8월 드디어 대한한의학방제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방제학의 古典 문헌과 한국의 방제학교재, 중국의 방제학교재와 서구 및 일본의 방제학교재를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분석하여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게 되었고, 방제학이 학문으로서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교육을 통하여 수준높은 한의사 양성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방제학교육의 중심인 『韓醫方劑學』 공동교재가 반드시 편찬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하게 되었다.
3년이 흘러 2015년 10월에 학회의 한의방제학 공동교재 특별편찬위원회가 정식으로 발족되었고, 2012년 학회에서 논의되었던 기존 교재의 장단점을 정리하여 공동교재의 편찬체제에 대한 중국식과 한국식의 두 안을 마련하고 교수님들의 의견을 모아 중국에서 발간된 『方劑學』上•下冊(李飛 主編. 『方劑學』. 第2版 第9次印刷. 北京: 人民衛生出版社, 2011)을 기본으로 하되 한의학의 특징을 반영한 四象體質醫學의 方劑, 임상의에게 필요한 한방건강보험요양급여 한약제제 그리고 현대적으로 개량된 천연물신약과 건강기능보조제를 더 넣어 발간하기로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회에 걸쳐 편찬체제를 수정하고 각론에 수재될 방제의 세부항목과 작성지침을 구체적으로 정하였다. 본 교재에는 主方 299方, 副方 204方, 四象體質方 35方, 천연물신약 및 건강기능보조제의 24方과 부록의 한방건강보험요양급여 한약제제 중 혼합엑스산제의 56方을 포함하여 모두 618方을 수재하였다.
방제학의 과제상황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지 않은채 집필을 진행하다보니 혼선을 빚기도 하였다. 용량을 예로 들면, 古典에서 사용한 度量衡을 현대적인 미터법으로 전환할 때의 기준이 다르다. 古方(『傷寒論』과 『金匱要略』에 수재된 方劑)과 後世方(古方 이외의 方劑)이 다르고, 중국식과 한국식이 다르며, 한국식 내에서도 1돈을 3.75 g과 4 g으로 다르다. 용량의 표준안에 대하여 집필진 간에 많은 학술논쟁을 진행하였으나 결론이 나지 않아 主方과 副方은 『方劑學』(李飛 主編)을 따르고, 四象體質方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도량형 기준을 채택하였으며, 한방건강보험요양급여 한약제제는 대한민국약전과 한방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대한한의사협회 발간)을 채택하여 용량을 정하였다. 불합리한 부분은 향후 학회의 학술모임에서 충분히 논의를 거쳐 보다 완성된 표준안을 도출하여 개정판에서 반영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또한 수재된 방제에 대한 임상보고와 현대적인 약리작용도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든다.
집필진 교수님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 책의 완성은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완성되고 나니 태산을 움직이려 울리고 나서 쥐 한 마리를 잡았다는 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편찬위원회에서 처음 의도한 바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탓이다.
이 책은 원래 방제학에 입문하는 한의과대학 학부생을 위한 것으로 목표를 설정하여 집필하려 하였지만 집필과정에서 원래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자신하지 못한다. 또한 수없는 교열과정에서 매번 발견되는 오류들은 집필진들에게 큰 실망을 가져다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또한 독자들의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은 물론이고, 집필과정에서 도출된 방제학의 과제상황을 학회에서 학술적으로 정리하여야 다음번 개정판에서 더 좋은 책으로 다시 태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쪼록 이 초판 책자를 도와 원고뭉치와 씨름한 집필진 교수님들, 또 출판을 맡아주신 군자출판사의 장주연 사장님과 편집부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이 책이 한의과대학생과 관심 있는 한의 의료인 여러분이 방제학을 이해하는 데 넓게 이용되기를 바라며, 방제학의 발전과 더불어 판을 거듭해 가며 보완되어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
2020년 3월
편찬위원장 신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