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2판 서문
2011년에 출판된 보톡스와 필러의 정석 제1판은 개원가는 물론, 대학병원과 관련업계에서도 큰 호응을 받으며 빠른 시간 내에 객관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교과서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그리고 6년 만에 개정된 제2판 - 보톡스 편이 금년 초에 먼저 출판되었고 이 역시 학계와 업계에서 큰 환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필러 편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하였으나 보다 충실하게 업데이트된 내용으로 이번에 출판하게 되어 한없이 기쁘게 생각합니다. 사실 그동안 너무 바쁘고 힘들어 필러 편은 저술을 포기하려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진료에 바빠 하루에 한 줄도 책을 쓰지 못하고 지나간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보톡스 편만 개정한 것으로 만족하려고 하였고 출판사에도 그렇게 제 뜻을 전달하였습니다. 하지만 병원과 교회 일에 바쁜 저를 이해해 주시고 인내와 격려로 계속 저술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도서출판 한미의학 이광재 사장님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앞서 출판된 보톡스 편과 비슷한 저술 방향을 가지고 완성되었습니다. 첫째는 책 내용을 양적으로 질적으로 최대한 업데이트시켰습니다. 그 단적인 결과는 1판에서 40개의 chapter로 구성되었던 필러 편이 2판에서는 모두 51개의 chapter로 늘어난 것입니다. 통폐합시킨 chapter도 여럿 있고 무려 15개 이상의 chapter가 신설되어 필러 교과서로서의 면모가 더욱 강해졌습니다. 양만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히알루론산 필러제품 제조과정, 얼굴 주름-노화에 대한 평가방법, 주사바늘과 캐뉼러의 선택 등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다른 서적들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chapter들이 영양가 높은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임상사진들도 이전보다 두세 배 이상 풍성하게 늘어나 이해도를 높였고 최근의 논문들과 자료들을 토대로 많은 부분들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물론 신경마취나 두개안면부계측의 의미 등 6년 전과 거의 내용 차이가 없는 chapter들도 극히 일부 존재합니다. 하지만 큰 변화가 없는 내용들일지라도 각 문장들을 최대한 다시 쓰고 보완하려고 노력하였으며 찬찬히 읽어보시면 그런 사실을 잘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둘째는 여러 외부 전문가들의 기고가 있습니다. 필러 편에서는 모두 16분의 contributor 선생님들의 원고가 포함되었습니다. 각 분야에서 저보다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잘 나누어 주실 수 있는 분들을 섭외해서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명약관화합니다. 물론 책 전체적인 구성적, 내용적 통일성을 위해 저와 각 contributor 선생님들 간에 충실한 대화가 있었으며 그에 따라 제 의견도 각 chapter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습니다. 하지만 각 대학병원, 개원가, 제조업체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보내주신 훌륭한 원고들은 제가 흉내 내기 어려울 정도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들이며 이 책의 보배들이라고 자부합니다. 모든 contributor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셋째는 부작용 관련 내용이 대폭 강화되었습니다. 필러 시술은 수명이 짧고 시술 전 skin test도 필요한 데다 과도교정까지 요구했던 Zyderm 류의 소콜라겐 필러가 도입된 1980년대를 거쳐, 유럽을 중심으로 수명도 길고 skin test도 필요 없고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의 특성을 지닌 Restylane이 도입된 1990년대 말부터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대부분의 의사들이 시술방법 자체에만 관심이 많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필자도 거기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처음 제대로 된 필러교과서를 썼다고 우쭐대며 내놓은 <필러바이블> (2005, 의학문화사 刊)에는 수많은 획기적인 내용은 다 넣어 놓았어도 필러 부작용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chapter로 다루지 않았고 꼭 필요한 부분에서 약간씩 언급하는 수준에 그쳐야만 했습니다. 10년 이상 지난 일이지만 이에 대해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 책을 가지고 공부하셨던 많은 선생님들이 당시에 필러 부작용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셨던 데에는 저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2006년 말부터는 필러 부작용의 원인, 예방 그리고 치료법에 대한 학회강의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6년 전에 발간된 보톡스와 필러의 정석 제1판에서는 “필러 부작용의 예방과 대처”라는 큰 섹션하에 필러 부작용 관련 chapter를 무려 6개(註: 원래 7개였으나 부작용과 직접 관련이 적은 “미국 FDA와 한국 KFDA의 필러 허가상황”은 본서 제2판에서는 다른 섹션으로 자리를 옮겼기에 6개로 표기함)나 넣어 많은 선생님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 임상사진이 적어 정확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고 또 그동안 학술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들도 더 많이 밝혀졌기에 이번 제2판에는 필러 부작용 섹션에 내용이 훨씬 강화된 chapter 9개를 수록하였습니다. 부작용 섹션만 따로 떼어 내어도 작은 필러 단행본이 하나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충실하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필러 편이 나옴으로써 드디어 보톡스와 필러의 정석 제2판이 완전한 형태로 간행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건강과 지식과 열정을 공급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고 힘을 주었던 사랑하는 아내 고미현 교수에게도 감사드리며 부족한 아들과 사위이지만 저를 위한 기도의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대전에 계시는 저의 어머님, 아버님, 수원에 계시는 장모님, 장인어른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환자를 진료하며 원고 교정에도 큰 도움을 주었던 전희진 부원장과 사랑하는 미인피부과 식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모쪼록 이번에 출판된 제2판이 대한민국의 모든 피부항노화와 피부성형 전문가들이 가장 신뢰하는 교과서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라며 아울러 이 교과서가 많은 사람들을 더 젊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큰 밑걸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1판 서문
2002년 여름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 보툴리눔독소의 세계적 거장인 Dr. Carruthers에게 배우기 위해 캐나다 밴쿠버 행 비행기에 함께 몸을 실었던 사람들 중에는 피부과, 성형외과, 그리고 제약업계의 훌륭한 전문가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우리는 국내에 보툴리눔독소 교과서가 없음을 한탄했고 제대로 된 교과서를 공동으로 저술하기로 밴쿠버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저는 그 후 몇 달 동안 밤 3시 이전에 자본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2003년도에 보톡스바이블(Botox Bible for cosmetic surgeon, 의학문화사 刊)을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피부주름 치료의 명실상부한 전문가들인 피부과와 성형외과전문의들이 공동으로 만든 대단히 뜻 깊은 책이었습니다. 비록 흑백으로 인쇄되었고 딱딱한 문체로 되어있었지만 출간 4개월 만에 2판을 찍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습니다. 요즘도 이 책의 내용을 보고 궁금한 것에 대해 질문하시는 선생님들이 꽤 계십니다.
또 한권의 중요한 책은 2005년 겨울에 출판된 필러바이블(Filler Bible for cosmetic surgeon, 의학문화사 刊)입니다. 필러와 그 시술법을 체계적으로 다룬 교과서가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1년 동안 정말 힘들게 썼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의 거의 모든 필러회사들과 수백 통의 이메일과 팩스가 오갔고 지금 생각하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유럽 귀퉁이의 대단히 영세한 작은 필러 회사들까지도 다 훑으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그 덕택에 이 책에는 필러의 아주 기초적인 개념들부터 시작해서 각종 필러제품들의 구체적인 사양들, 그리고 최신의 시술기법까지 총망라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의사는 물론 필러업체 관계자들도 공부하며 유익하게 사용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톡스바이블과 필러바이블은 모두 현재 우리나라 대학도서관에 가장 많이 들어가 있는 해당분야 교과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www.riss4.net)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두 책 모두 개정판을 내달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고 또 스스로도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동안 새롭게 연구되거나 수정이 필요한 내용들이 많아져 그런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진료와 학회강의에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많아 책을 다시 쓸 생각은 꿈에도 못 꾸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말에 이젠 더 이상 늦추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학회강의를 줄이고 최대한 시간을 확보하면서 다시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보툴리눔독소와 필러를 모두 아우르는 한 권의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고 기존의 두 책을 개정한다기 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뼈대와 각도에서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기록을 뒤져보니 제가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한 보툴리눔독소와 필러강의가 국내외에서 각각 40회와 100회가 넘습니다. 이 중에는 국제학회를 포함해 모두 10회의 해외 강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족한 강의를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해준 많은 선생님들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연평균 12회 이상의 강의를 하며 정리했던 자료들은 고스란히 이 책의 저술에 큰 원천이 되었습니다.
본서는 보툴리눔독소와 필러에 대한 이론교과서와 시술법가이드를 겸하고 있습니다. 초보자와 숙련의를 모두 배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가급적 많은 참고그림과 도표, 테이블 그리고 시술전후 사진들을 포함하여 이해력을 높이려고 노력했습니다. 구체적인 시술법이나 부작용 대처법에 대한 내용도 강화되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동안의 임상경험들을 충분히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야의 이론이나 술기는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기존의 이론에 큰 수정이 가해지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속담에 “Life is half spent before we know what it is.”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우리가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절반이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뭘 좀 아는 것 같아서 책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는 게 별로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에야 조금 아는 것이 생긴 것 같은데 여전히 확실히 아는 것보다는 궁금한 것이 더 많습니다. 언제나 지식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툴리눔독소와 필러에 대해 객관적이고 종합이면서도 실제적인 교과서를 쓰는 일이 의사는 물론 환자를 위해서도 시급하다는 생각에 다시 펜을 들었고 끝내 탈고의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모쪼록 읽으시는 분들에게 이론과 실제 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얼굴의 주름을 펴주고 마음의 깊은 흉터를 치료해주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0. 12. 13.
강남대로를 바라보는 진료실 창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