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만 5세 발달장애 아동의 엄마이고 응급의학과 의사이다. 나는 의사로 일을 하면서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 막내 아이가 돌쯤 되었을 때 둘째 아이가 30개월이었고 그때쯤에야 둘째에게 발달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되었다. 둘째는 태어나서부터 잦은 호흡기 감염에 의한 폐렴으로 수차례 입원을 반복하였고, 인플루엔자도 쉽게 넘어가지 못했
다. 병치레로 발달이 좀 늦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30개월쯤 되었을 때는 간단히 하던 몇 가지 단어들마저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다른 가족들에게 관심이 없고, 늘 혼자 놀았으며, 호명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내 아이에게 발달에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었다.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또 엄마로서 너무나 큰 자괴감을 느껴야 했다.
어떤 이유로 발달장애 아이들은 이런 각기 관련도 없어 보이는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 것일까?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을 해도 왜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왜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마치 오랜 세월 혹사당한 늙은 노인의 몸처럼 각종 기능들이 다 떨어지게 되고, 또 마치 치매 노인들과 같은 행동들을 보이는 것일까? 무엇이 이 증상들의 원인을 한꺼번에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고민하면서 여기저기를 찾다가 수은 중독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수은에 중독된 엄마의 체내 수은은 탯줄을 통해 아이에게 흐를 수 있다. 발달하는 아이에게 수은은 치명적일 수 있고 수은 자체가 일으키는 증상들은 신경학적 증상뿐 아니라 동시에 다른 장기들에도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발달장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증상들을 모두 한꺼번에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나의 경우가 어떤지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수은 중독이 있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현재 사람에게 수은 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 WHO에서는 아말감을 꼽은 바 있다.
나는 세 아이를 가지고 있고 세 아이 중에 유일하게 둘째아이만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나는 10대 초반 아랫니 5개, 윗니에 4개에 아말감 충전 치료를 받았다. 그것들을 20년 정도 유지하고 살다가, 하필 둘째를 임신하기 전 아랫니에 있던 아말감 5개를 미용상의 이유로 컴포짓 레진 필링으로 바꾸었다. 당시에는 이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바로 나는 그해 갑상샘 기능 저하가 생겨 씬지로이드(T4 합성형태의 호르몬제)를 복용하게 되었다. 이 당시부터 나는 귀에서 이명이 생겼고 얼굴에는 눈떨림이 시작되었다. 새벽에 소변을 보기 위해 3~4번은 일어나야 했고, 수면장애가 생겼다. 여러 차례 곰팡이감염을 겪었고, 이후 나는 굉장히 신경이 예민해져 남편에게 왜 그렇게 분노 조절을 못하냐는 말까지 들어야했다(나는 그 전까지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다 둘째가 임신이 되었다. 임신 중에는 갑상샘 호르몬이 많이 요구되기 때문에 씬지로이드의 용량을 더 올려 복용하면서 아이를 출산했다. 이후 셋째를 낳을 때 쯤 갑상샘 기능도 정상으로 돌아와 셋째는 갑상샘 호르몬 복용 없이 출산하였다. 세 아이 중에 둘째에게만 문제가 생겼던 것은 둘째 임신 당시 아마도 아말감을 제거하면서 극도로 높은 농도의 수은에 한꺼번에 노출이 되는 사고(아말감을 갈아낼 때 발생하는 수은 증기는 다시 엄청난 양의 수은이 체내 유입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두 아이들은 그 정도의 높은 농도의수은에 노출된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정상 신경학적 발달은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수은이 원인이라면 아이들의 증상들을 모두 설명 가능하다. 그리고 자폐가 일난성 쌍둥이에게도 100프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 이유도 설명가능하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어 자폐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 대목에 가서는 설명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유전적인 정보가 동일한 아이들이 하나는 자폐를 겪고 하나는 자폐를 겪지 않는다면 유전적으로 자
폐가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하기가 상당히 껄끄럽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환경적 요인도 일부 작용한다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유전적인 취약성에 더하여 환경적 원인이 더 많은 부분 작용을 한 것이 아닐까라고 추정하고 있다. 수은에 의한 경우라면 모체에서 탯줄을 타고 수은이 태내로 유입되더라도 두 아이에게 정말 똑같은 양이 분포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로 비슷하게 분포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다른 양이 분포되는 상황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한 아이는 증상이 있는데 반해 다른 아이는 정상일수 있는 경우를 설명가능하다. 이것으로 발달장애의 원인이라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여러 케이스에서 킬레이션(수은을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자폐나 발달장애의 진단에서 벗어난 아이들을 확인했다. 유전적인 원인으로 생각하는 주장도 역시 증명된 바가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나의 가설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주장이라 생각한다.
수은 중독에 대한 확신이 생긴 나는 체내 수은을 제거할 만한 안전한 킬레이션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앤디 커틀러(Andy Cutler) 박사의 low dose frequent chelation(낮은 용량을 자주 복용하는 방법의 킬레이션)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킬레이션 방법 중에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가장 확실한 치료 방법이 될 것이
라 기대하면서, 이 때 그동안 미뤄왔던 아이의 장애진단을 받았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 아이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시점에서 내 아이의 시작점을 확인해두자는 생각으로 진단을 받았다. 내 아이는 자폐장애 2급을 무리 없이(?) 받아냈다. 또 ATEC score(나중에 설명된다.)도 미리 체크해두었다. 시작 당시 ATEC 99점을 확인하고, 이후 킬레이션을 시작했다. 2년에 걸쳐 수많은 교육치료를 하였으나 발달이 지지부진하고 진척이 없던 아이였다. 그러나 킬레이션을 시작하고 6개월쯤 뒤 ATEC는 54점까지 떨어졌다(정상발달의 경우는 0점이다). 아무리 2년 동안 시도해도 성공하지 못했던 배뇨, 배변훈련도 완성할 수 있었다. 이후 현재 아이는 stall period(정체기, dump phase, 본격적으로 중금속을 체내에서 버리는 시기)에 와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나는 기대하고 있다.
사실 나는 발달장애가 있는 내 아이 때문에 시작한 여정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킬레이션에
도움이 되는 `fight autism and win, 자폐와 싸워 이기자’ 라는 책을 먼저 번역하고 싶었으나, 저자와 이야기가 잘 진행되지 않았다. 이 책은 성인의 킬레이션 내용을 주로 담고 있지만 자폐에 대해서도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행히 이 책의 저자인 David Hammond 가 흔쾌히 번역을 허락해주어 이 책을 먼저 소개한다. 이 책을 보고 킬레이션을 시작하지는 못하더라도, 수은중독의 증상과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다면 본인의 증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실제로 본인의 증상들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정현 M.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