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 : Homoopathische Leit-Bilder
영어판 서문
2006년 10월 스위스 루체른에서 개최된 국제 동종요법 연맹 학회(LMHI, The Liga Medicorum Homeopathic Internationalis)에 참석한 나는, 휴식시간에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고 보게 되었다. 만화가 그려 있는 쪽들을 펼쳐 볼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폭소를 터뜨리지 않게 되었다. 그 때 나는 깨달았다. 공부는 이렇게 재미있어야 해!
동종요법 의사가 되려는 소명은 통상 가슴에서 우러나온다. 이는 동종요법의 창시자인 하네만(Hahnemann)이 그의 저서 ‘오르가논(Organon)’ 제1절에 기술한 ‘의사의 고귀하고 유일한 소명은 병든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것, 이른바 치유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에 공감하는, 치유에 대한 진정한 소망에서 우러난 것이다. 동종요법은, 하네만이 오르가논의 그 다음 절에 서술한 것처럼, 빠르고, 부드러우며, 지속적인 건강 회복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치유를 실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진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반면 동종요법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하네만의 꿈을 실현하는데에, 가슴이 아닌 두뇌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다. 암기하고, 분석하고, 레퍼토리화하고, 이론을 만들고, 철학적으로 사색하고... 우리가 하고 있는 치유의 예술은 이런 두뇌활동으로 가득 차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두뇌와 가슴의 균형이 약간 어긋나기도 한다. 이 때 우리에게 필요한 처방은 한바탕 웃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들 서로, 자신들에 대해서, 치료자 또는 환자로서 의 역할에 대해서 한바탕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치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알렉산더와 율리아는, 이 놀라운 책을 통해서, 우리에게 바로 그 치료제를 주고 있는 것이다.
만화는 과장한다: 이것이 만화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기억에 쉽게 남게 만들려면 어떤 일면을 극단적으로 과장해야 한다; 문제는 현실에서 만나는 환자는 대개 만화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지식은, 모든 지혜는 망각의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아니한가? 지식을 일단 흡수한 다음에는, 이미 배운 것들을 놓아 버려야만, 더 새로운 지식, 더 깊은 지식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즐거운 공부를 경험하기를 기원한다.
해리 반 데르 지 Harry van der Zee
(의사, 영문판 발행인, 동종요법 잡지 “Homeopathic Links"의 편집장)
번역후기
역자는 2002년부터 현재까지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graduate school of complementary & alternative medicine)에서 동종요법을 강의하고 있다. 동종요법은 대학원의 필수과목인 동시에 고위자과정 중의 하나로 개설되어 현재까지 적지 않은 의료인들이 참여하였고 동종요법의 이론과 실제를 공부하였다.
이 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동종요법의 기초이론을 배운 다음, 동종요법 약물학(homeopathic materia medica)을 공부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동종요법의 약물학은, 건강한 인간에게 동종요법 약을 투여해서 증상을 유발시키는 시험(proving)을 통해 얻는 정보를 기초로 하고 있는데, 한 가지 약이 유발하는 증상들이 수 백 가지가 되고, 이러한 증상들은 서로 연관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마치 조각그림 맞추기 - 퍼즐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클라크(Clarke), 켄트(Kent)를 비롯한 다수의 동종요법 대가들이 조각그림들을 맞추어 하나의 그림(象, picture)으로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들의 저서들 또한 방대해서 초보자가 읽기에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따라서 비교적 요점만 간략하게 기술한 책을 찾던 중, 역자와 동료들은 산카란(Sankaran)의 약물학인 '동종의약의 혼(The Soul of Remedies)'을 선정하여 수년에 걸쳐서 번역하여 2008년에 드디어 출판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 역시 아주 기초적인 책은 아니어서,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던 차에 군자출판사에서 번역출판을 검토해 달라며 이 책을 들고 왔다.
이 책을 살펴보니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서 동종요법 약물학과 친숙해 질 수 있어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독일어로 쓰여 있다는 점이었다. 하는 수 없이 독일어 전공자와 함께 강독을 하면서, 독일어 사전을 무수히 찾아가며 번역을 시작하였는데, 역자의 독일어 실력이 한계가 있는지라 소모한 시간에 비하여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답답하던 차에 다행히 네덜란드에서 영어판이 출판되었다. 즉시 영어판을 주문하여 번역을 다시 시작하였는데,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독일어인 사람이 번역을 한지라 사소한 오류가 종종 발견되었다. 나름대로 영어판과 독일어 원본을 대조해 가면서 번역하였지만, 번역이 그다지 매끄럽게 되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은, 이 책의 핵심은 만화에 있기 때문이다. 언어보다는 그림이 핵심을 전달해 주고 있다. 물론 어떤 그림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독일식 유머가 되어서 우리에게 덜 친숙하게 느껴지는 점은 있지만, 이 책은 동종요법을 처음 공부하는 분들에게 훌륭한 입문서, 부교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치료법인 동종요법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전파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09년 2월
김영구
(의학박사, 한국동종의학연구원장,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구분 | 13시 이전 | 13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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