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처음으로 Anomaly Conference 라는 제목으로 토요일 오전에 집담회를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나 100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한 달 동안 태어났던 기형이 있는 모든 아이들이 집담회의 대상이었습니다. 산전 진단과 태어난 뒤 진단을 비교하여 소홀히 했거나 잘못했던 부분들을 확인하고 출생 후 받고 있는 치료와 지금의 경과를 알아보는 모임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교수님들, 전임의, 전공의 선생님들도 참여하여 진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교육적 효과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100회 동안의 Anomaly Conference를 바탕으로 이 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임신부를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도움을 줄 목적으로 기획하였습니다. 기형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교과서 형식의 책이라기보다는 진료실에서 간단히 참고할 수 있고 산모 및 가족들에게 설명할 때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쓰인 책입니다. 또한, 책 전체의 모든 용어를 통일하려고 하지 않고 질환 혹은 기관 마다 상이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의학용어사전(KLME)에도 다양한 용어가 있어 어느 하나만을 고집하지 않고 책을 읽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를 기준하였습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를 본문에 직접 사용하거나 괄호내에 병기하였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진료 중 태아의 이상을 발견하였을 때 질병에 대한 설명 이외에 다음의 질문을 산모와 가족으로부터 받습니다.
이런 이상이 왜 일어났나요?
어떤 검사를 더 해야 하나요?
태어나면 어떤 치료를 받나요?
수술을 한다면 어떤 수술을 언제 하나요?
살 수는 있는지요?
살더라도 장애가 남지는 않는지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정확히 말해주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을 해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배꼽탈장(omphalocele) 혹은 팔로4징(tetralogy of Fallot)으로 진단되었을 때 위에 나열한 내용을 산부인과 의사가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임신부와 가족들의 궁금증과 걱정을 상당 부분 덜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상담 과정이 충실하게 이루어진다면 기형이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던 낯선 아이에서 태어나서 수술 후의 과정까지를 생각하면서 가족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이 책의 제목을 ‘기형 태아를 위한 카운슬링’으로 정했습니다.
어린이병원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태아의 이상을 처음 확인한 산부인과 의사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운명은 많은 부분 결정된다고 합니다. 물론 어린이병원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상담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리는 동안 비전문가들의 방해로 처음 생각과는 달리 어린이병원까지 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린이병원 전문가와 상담할 생각조차 없는 부모도 있을 수 있겠지요.
산부인과 선생님들은 이전에 알았던 지식에 근거하거나 기존의 책에 기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상담을 하지만 일부 내용들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어린이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치료에 대하여는 정확히 알 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의 상담은 임신부와 가족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더 좋은 상담이 되기 위해서는 수술하면 살 수 있다는 한 줄의 지식보다 더 많은 구체적인 숫자와 내용들을 필요로 합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산과 전임의를 마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최신 문헌을 바탕으로 기형 태아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해 주었고 출생 후의 경과에 대하여는 진료 경험이 풍부한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의 여러 선생님들이 최신 치료 방법과 성적을 상세히 기술해주었습니다. 기형아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조산아에서 자주 생기는 질환에 대하여도 정리하였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기형 태아 및 신생아에 대하여 20년 이상 임상 경험을 가진 영상의학과 조정연 교수님과 천정은 교수님께서 감수를 맡아주었습니다.
Anomaly Conference를 진행하면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소아과학교실의 최정연 교수님은 심에코를 했던 환자들의 영상을 직접 가지고 오셔서 깊은 가르침을 주시며 모두에게 선생님의 열정과 환자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분당서을대학교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결정하신 뒤 매주 한 번씩 직접 분만장에 심장병이 있는 산모와 같이 오셔서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태아심에코를 보여주시기까지 하셨습니다. 영상의학과 조정연 교수님은 산전 초음파 진단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 만 아니라 산과 전임의들의 초음파교육까지 기꺼이 맡아 주어 내실 있는 집담회가 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영상의학과 천정은 교수님은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산과 의사들에게 생소한 신생아의 영상 진단 증례들을 명쾌하게 지적하여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한 현장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님, 소아심장의 김기범 교수님과 권보상 교수님, 소아외과 김현영 교수님, 신생아의 김이경 교수님과 신승한 교수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Anomaly Conference는 서울대학교병원 산과 전임의,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영상의학과 전임의, 소아심장 전임의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해주셨습니다. 바쁜 일과에도 불구하고 집담회를 위한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수고가 없었다면 모임은 시작도 할 수 없었을 것인데, 단지 이름 석 자만 적게 되어 미안할 따름입니다.
● 산과 전임의
강민지, 강지현, 강혜심, 고현주, 권정은, 김선민, 김수아, 김여랑, 김은나, 김은진, 박정우, 박지윤,
성효숙, 안태규, 양선혜, 양혜진, 엄유경, 오경준, 오수민, 이경아, 이승미, 이시은, 이준호, 이지연,
이채민, 임은선, 정선영, 정주연, 정희정, 황은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