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 전반과 노동시장의 여건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근로자들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세계화와 무한경쟁,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 실직과 이직 등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들에 노출되어 큰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한편 일과 삶에 대한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직장과 가정생활에서 균형을 찾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하고, 자기개발 및 여가활동에 대한 비중이 확대되었으며, 신체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근로자들이 당면하는 다양한 문제와 욕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가령 근로자가 가정 내 문제로 힘들어할 때, 유능한 경영진은 그것을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복잡한 개인 사정 때문에 정신이 다른 곳에 쏠린다면, 몸은 직장에 나와 있어도 마음은 다른 곳에 있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주어진일에 집중할 수 없다. 창조적이거나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기도 어렵다. 업무 파트너들과 원활한 의사소통과 협력을 하지 못한다. 사고 발생률도 높아진다. 이렇게 발생한 손실은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거창한 박애주의의 발로가 아니다.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근로자지원(Employee Assistance: EA) 또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Employee Assistance Program: EAP)으로 통칭하는 서비스는 현대조직의 중요한 화두이다. 과거 많은 기업들이 직원의 개인적 문제를 방치했다가 조직 운영에 큰 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는과정에서 EAP가 발전하였다. EAP는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손쉽게 효과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EAP가 활성화되면, 근로자들은 조직에 대해 고마워하고 조직을 아끼게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소중한 인적자원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면서 동시에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EAP는 노사(勞使) 모두의 상
생(相生)에 이바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십여 년 사이에 대기업은 물론 많은 중소기업
과 공기업에서 다양한 형태로 EAP를 활용하고 있다. 법률적 근거도 마련되어 있다. 2010년 정부는 근로복지기본법 전부 개정을 통해 기업이 근로자의 사기 진작 및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기업복지제도의 일환으로서 EAP를 제시하고 관련된 기본 지침을 법령으로 규정하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부 지원으로 영세 중소기업 근로자, 노동취약계층인 구직자와 산업재해 근로자 등에게 무상 혹은 저가(低價)로 EAP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EAP는 감정노동자, 공무원, 경찰과 소방관, 직업군인, 판사 및 검사, 법원공무원, 동물사육사, 구직자와 산재근로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종의 일하는 사람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방법 면에서도 전통적인 개별상담은 물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검진과 상담까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저자들은 국내 최초의 EAP 개설서인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의 이론과 실제」를 출간한 바 있는데, 본서에서는 최근 EAP의 급속한 발전을 반영하여 그 내용을 대폭 수정하고 보완하였다. 또한 본서는 EAP 전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개설서로 집필하였다. 현재 EAP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EAP 서비스 제공자(상담사, 심리학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의사, 산업안전보건종사자 등)나 기업상담사, 향후 EAP 분야에서 일하고자 준비 중인 분들에게 교재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인사부서나 교육훈련, 복지, 노사담당 부서 등 조직의 실무담당자, 중간관리자, 경영진과 노동조합, 정책담당자, 연구자들에게도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이 책의 7장은 장승혁, 8장은 왕은자가 각각 초고를 집필하였고, 나머지는 우종민과 최수찬이 분담 집필한 뒤, 공동작업을 통해 완성하였다. 제4부의 사례는 국내외 여러 기관에서 자료를 제공하거나 탐방에 협조해 주어서 기술이 가능하였다.
본서를 출간하는 과정에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다. 저자들에게 EAP를 가르쳐준 스티브 하이델(Stephen Heidel) 박사와 고(故) 사토루시마(島悟) 박사, 메릴린 플린(Marilyn Flynn) 박사, 근로자지원전문가협회(EAPA)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존 메이너드(John Maynard) 박
사, 위기상황스트레스관리법(CISM)을 지도해준 제프리 미첼(Jefferey Mitchell) 박사와 죠지 에벌리(George Everly) 교수에게 특히 감사드린다. 일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하고, 더 생산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EAP의 사명이다. EAP를 통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살맛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저자 최수찬, 우종민, 왕은자, 장승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