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로빈 윌리암스는 자신의 약물중독을 이렇게 설명했었다. “벼랑 끝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자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그게 바로 ‘뛰어’하는 작은 목소리에요. 그 목소리는 ‘딱 하나만 더’ 먹으라고 유혹하는 목소리랑 같은 목소리인데, 딱 하나만 더 먹는 것으로 끝낼 수 없는 중독자에게는 불가능한 요구죠.” 그는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와 불안을 떨구어 보고자 알코올로 안식처를 대신했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6년 정신과 레지던트 시절, 벅찬 기대를 갖고, 미국 정신의학회 연례학술대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에 참가했었다. 글렌 오 가바드, 아론 벡, 스티븐 스탈 등 교과서에 나온 선생님들을 현장에서 보고 그 분들의 강의를 들으며 마냥 신기해했었지만, 무엇보다 Cognitive-Behavioral therapy for psychosis: Basic Techniques for Psychiatrists 소규모 워크숍에서 정신증에서 인지치료가 생생히 적용되는 현장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조현병의 인지치료와의 첫 인연으로 기억된다. 90분 동안 열강을 한 강사들의 영국식 억양과 워크샵 방에 꽉 찬 청중들이 인상깊었었는데, ‘아, 조현병 환자들을 위해서도 인지치료가 저런 개념으로 적용될 수 있고,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라고 배우면서도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정신과의사의 창의적인 역량에 따라 정신치료도 예술과 같은 경지가 될 수 있겠다. 여기 오길 잘했다’고 어렴풋이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날의 감상을 구체적으로 추적해보기 위해서 뭔가 끄적거린 낙서라도 있을까 싶어 당시 APA 브로슈어를 꺼내 확인해 보았는데, 세상에나 그날의 강사들이 바로 이 책의 저자들인 데이빗 킹던과 더글라스 터킹턴 박사였다는 것을 지금 확인하고, 약간 소름이 돋는다고 해야 하나. 그저 우연한 만남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면서도 불안과 공황, 강박증과 비만환자에게 인지치료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막상 조현병에 인지치료를 하게 된 것은 3년간의 군병원에서 복무를 마치고 거제에 있는 21세기 한일병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때늦은 감이 있겠지만, 그곳에서 신기한 광경들을 볼 수 있었는데, 권영탁 선생님의 ‘정신분열병을 이겨낸 사람들’이란 책을 보고,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들이 개방병동에서 생활하는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 젊은 군인환자들을 보다가 나이대가 엇비슷한 젊은 조현병 환자들을 보니 친근하기도 하고, 이들에게 무슨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자발적으로 조현병의 인지치료를 시작했었던 것이 이 책을 번역하는 계기가 되었다.
참고한 원서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었는데, 치료를 실제로 해보면서 어떤 식으로 치료가 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고, 시행착오 끝에 인지치료가 증상의 감소뿐만 아니라 병식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당시 많은 환자들로 정신이 없었기는 해도 그 시절은 정신과의사로 한층 성장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었음을 느끼며, 자신의 환자들에게 마음껏 인지치료를 해 볼 수 있도록 묵묵히 응원해준 권영탁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분과 같이 근무하는 동안 약물치료와 재활치료 등에 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인지치료를 통해서 약물용량을 줄일 뿐 아니라, 최적의 최소유지용량을 달성해 음성증상을 극복하고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만성병원에 근무하는 여러 정신과 봉직의사들이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번역작업에 착수하기로 결심했었지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그 계획은 자칫 없던 일이 될 뻔했다.
당시 심한 허리통증으로 장시간 앉아 있기가 불편한 상황에서 출판사와의 약속기한을 넘기면서까지 수차례 교정 작업을 했음에도, 출간 뒤 오자가 있음을 알고, 얼굴이 화끈거려, 다시는 번역은 하지 말아야지 후회하던 차였다. 그런데 5개월 전 출판사로부터 책이 다 팔렸다는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으면서, 다시 제대로 번역을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이 책은 환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은 책이 되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들과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치료 작업을 하면서, 잘못된 번역에 대한 질타도 있었지만, 몇 번 읽었더니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말해주는 고마운 환자들도 있었고, 환청이 내면의 소리임을 이제야 알겠다고, 진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이 지면을 빌어 그분들과 이 책의 저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환자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기억나는 것들만 적어보면 이렇다.
’자신과 똑같은 내용들이 있더라’고 말한다. 병식이 조금씩 생기게 되는 것이다.
환자들이 공부하려는 태도와 자세를 보인다. 그리고 증상에 대해 궁금해 한다. 이건 뭔가요? 질문하는 호기심을 보인다.
약물용량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클로자릴 복용하는 환자도 예외는 없었다.
환자 스스로 알아차린다는 표현이 늘어나, 재발의 위험이 감소된다.
삶의 질이 높아진다. ‘저도 해볼래요’
다른 환자들, 어려움이 빠진 다른 환자들에게 진심어린 충고와 조언을 하기도 한다. ‘저는 그랬어요. 지금은 극복하려고 해요. 용기를 내요’라고 다른 환자들에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약이 자신에게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것 같다고 느낀다.
환청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별 생각이 없어요. 전에는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가 안되었는데, 그런대로 돼요. 그렇다고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에요’ 등등
분명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이런 효과들을 누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치료가 매번 성공적이지만은 않다. 어떤 때는 잡담이 섞인 인지치료가 되기는 하지만
01장 조현병이란 무엇인가………………………………………………… 1
02장 조현병은 과연 난치병인가? 치료 효과에 대한 근거………………… 39
03장 정신증의 조기중재……………………………………………………… 51
04장 치료적인 관계…………………………………………………………… 59
05장 평가……………………………………………………………………… 77
06장 개인화된 사례 도식화와 치료 계획…………………………………… 95
07장 내담자를 인지치료에 준비시키기…………………………………… 109
08장 정신건강교육과 정상화 해석 배우기……………………………… 117
09장 망상의 사례 도식화와 개입………………………………………… 135
10장 환청의 사례 도식화와 개입………………………………………… 167
11장 사고 방해, 수동 현상과 형식적 사고장애…………………………… 179
12장 음성 증상……………………………………………………………… 193
13장 공존 질환……………………………………………………………… 209
14장 재발 방지와 치료 종결……………………………………………… 223
15장 치료 중 생기는 어려운 문제………………………………………… 233
부록 1 전국민 정신건강 평가 척도………………………………………… 249
부록 2 정신증상 평가 척도(정신증상 평가척도)…………………………… 251
부록 3 정신증 평가 척도에 대한 설명……………………………………… 257
부록 4 정신건강교육 자료집………………………………………………… 261
부록 5 사례도식화 시트와 일지……………………………………………… 273
찾아보기 ………………………………………………………………………… 279
구분 | 13시 이전 | 13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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