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기존의 상담과 관련된 지식체에서는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관계를 너무 간단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환자는 자신의 증상이나 문제를 의료인에게 호소하고 의료인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일차적인 단순한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이 두 사람과의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며 단순할 수도 없다. 특별히 환자의 문제가 그 사람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관련이 있는 경우 혹은 그 사람의 생활스타일 전부 바꿔야 하는 경우 두 사람과의 관계는 단순해 질 수가 없다. 실무자는 환자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조사하고 문제를 확인하며 필요하다면 교정을 제언하기도 하고 혹은 매우 극단적인 방향으로 환자의 생활스타일을 바꿔야한다고 처방을 내리는 입장에 서게 된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런 실무자의 역할을 상담이라고 말하며 이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방법을 핵심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주로 건강전문가인 간호사, 의사, 약사, 물리치료사 혹은 작업치료사, 영양사와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이들은 환자와 함께 식이요법, 금연, 약물복용, 절주 등과 같은 건강생활에 관한 상담을 주로 하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 환자와 상담을 통해 그들의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하는 실무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담방법을 제공하기 위함으로 이는 기존의 문헌에서 이와 관련된 방법을 찾기란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상담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주로 환자의 불이행에 관한 내용이었으나 불이행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환자의 생활습관 교정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의 정도나, 구체적 활동에 관해서는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상담법은 건강을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이외에도 심장병, 당뇨, 관절염,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의 자가관리(Self-Management)를 위한 방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상담법은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 뿐만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차보건의료기관인 보건소, 지소, 진료소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상담기법은 거의 모든 생활습관 교정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생활습관의 기본 기전이 거의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교정할 수 있는 방법이나 교정이 실패하는 기전도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환자의 상담과정에서 야기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도 역시 유사하다고 본다. 상담과정에서 야기되는 문제는 주로 상담자가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어드바이스를 제공하거나 기초 작업없이 무조건 본론만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에 생긴다. 이와 같은 방법의 상담은 거의 싸움과정이라도 봐도 괜찮을 것이다.
환자에게 단순히 충고를 제공하거나 “교육”을 시키는 일반적인 상담활동이 충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상담방법은 혹시 불필요하게 너무 복잡한 것은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우선 충고 제공이 가진 제한점의 해결을 새로운 상담방법 탐색의 첫 발판으로 삼았다. 왜냐하면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상담에서는 환자 뿐만 아니라 실무자 역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좌절감을 경험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물론 환자와 실무자 사이에 강한 신뢰감이 형성된 경우에는 어느 정도 어드바이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가 우려하는 바는 실무자가 그 방법만을 고집하고 모든 상담과정에서 그 한가지 방법만을 사용하므로서 야기 되는 문제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환자 중심의 상담법”이라는 보다 범위가 넓은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실무자가 사용하기 쉽고 또한 만족감을 가지며 환자의 개인적인 특성을 보다 많이 존중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상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접근법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보다는 다소 복잡할 수 있으나 생활습관의 교정이라는 과정 자체가 복잡한 것처럼 이와 관련된 상담법도 복잡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환자 중심의 상담법”은 환자에게 자신의 생활습관과 관련된 문제점을 스스로 찾아내고 해결방법을 생각해내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때로 직접적이고 방향제시적일 수 도 있다. 실무자가 상담과정의 전반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상담의 주제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환자중심의 상담법이 일반적인 “협상” (Negotiation) 수준의 상호작용을 말한다 (Borehlo, 1992). 이것은 나쁜 소식을 환자에게 알려주어야만 하는 수준이나 혹은 환자의 의학적인 문제를 의료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수행하는 수준의 상호작용과는 차이가 있다. 행위를 변화하기 위한 상담은 때로 환자와 실무자 사이에 신경을 자극하는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고 혹은 서로 불편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실무자는 환자와의 첫 만남에서 생활습관의 변화에 관련된 주제를 말하기 꺼려한다. 그러나 환자중심의 상담법에서는 실무자는 환자가 자신의 생활습관과 관련하여 최대한 의사결정의 주체자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힘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한다.
환자 중심의 상담법은 이제 개발의 시작단계에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다수의 의견과 생각, 실무의 적용을 통해 보다 정교한 이론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런점에서 이 접근법은 최종 결과이기 보다는 발전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하며, 저자는 관심이 있는 실무자, 교육자, 그리고 연구자 모두가 이 과정에 참여하여 이상적인 상담법이 개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구분 | 13시 이전 | 13시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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