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조현병 환자들을 위한 인지치료 지침서이다. 저자들은 조현병에서도 인지치료가 효과적임을 입증한 현재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소개했으며 치료과정에서 사례도식화를 통해 의사와 환자가 더불어 치료작업을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매뉴얼은 우울증, 사회불안증, 강박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나 경계성 인격장애와 같은 다른 질환에서 정신증상이 동반될 때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지만, 동반된 정신증에서 효과를 보여주는 근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전통적으로 조현병의 정신증상의 원인은 완벽히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질병의 진행과정과 관련된 생물학적 현상으로만 간주해 왔다. 그 결과 전통적인 수련 프로그램에서조차 정신증상은 심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다른 어떤 심리적 개입에도 별 효과가 없다는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뇌졸중에서 약물치료가 기본적인 치료이기는 하나, 물리치료를 통해서 대처능력과 근력을 강화시켜 상당한 정도의 치료적인 이익을 도모할수 있는 것처럼, 인지치료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현병에서 인지치료는 훨씬 더욱 체계적이며 약물의 효과를 한층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훨씬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아직도 환자가 보고하는 정신증상의 내용은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며, 정신증상을 받아주거나 심리적인 개입을 하려는 시도는 자칫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불편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우리 앞에 많은 당면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런 관점은 일면 조현병 환자들이 전에는 이렇게 자신을 불편하게 하며 고통스런 증상을 탐색하거나 이해받는 경험이 거의 없었음을 의미한다. 그런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믿기에 환자 들은 정신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내적자원을 활용하거나 자신의 믿음이 올바른 것인지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얘기하며 약을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약물 증량은 약물로 인한 부작용, 즉 정좌불능증이나 진정, 체중증가, 떨림, 집중력과 기억력 장애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십 년 동안,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과 동시에 조현병이 초래하는 불편감과 장애에도 불구하고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은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1장에선 조현병에 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와 인지치료가 조현병과 관련된 증상, 조현병의 임상유형에 따라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할 것이다. 아울러 우울 증, 불안증, 공포증과 경계성 인격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과적인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 지 설명해 줄 것이다. 1990년 초반 이후로, 인지치료의 기법들이 조현병 증상의 심 각도와 질병부담을 줄이는 데 있어 효과적임이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양성 증상과 음성 증상, 우울증과 병식이 여러 인지행동치료의 기법들로 인해서 호전되고, 이 치료효과는 단기간 동안 유지되는 것을 볼 수 있다(2장 참조). 이것은 정신증상이 어떻게 생기고, 유지되는 지, 그리고 어떤 모습과 내용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인지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런 인지모델은 원래 우울증, 침습적 사고, 공황과 외상의 인지모델에서 빌려왔는데,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에 입각해서 관계에 대한 태도를 결정 하는 핵심믿음이 생기고, 취약성으로 정신증상이 발현되는 것을 설명해 준다.
치료자들은 조현병 환자와 가족, 그리고 환자의 특정한 요구와 경험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며 평가를 내린 후(5장) 개인별로 맞춤화된 도식화를 만든다(6장). 사례를 통해 본 정신증상은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면이 많다고 느낄 것이다. 이를테면 ‘요리책’과 같은 그런 접근은 환자와 치료자가 함께 협업을 할 수 있게 하며, 도식화에 따른 적절한 증상 개입으로 치료적 관계의 질을 높인다(4장). 또한 환자가 처한 개인적 어려움을 감안한 접근방식은 환자의 치료환경과 가용한 자원이 얼마나 있는 지를 주의 깊게 고려한다(7장). 조현병에서 도식화에 근거한 인지치료를 적용했을 때 이 상적으로 항정신병약물 용량이 줄어들고, 보호자도 치료자로서 정상화기법(8장)과 같은 증상교육에 참여하면서 그 역할을 일부 감당해 낼 수 있다. 그리고 망상에 대처하는 법(9장)과 환청을 다루는 법(10장), 그리고 다른 사고장애(11장)의 대처방식들을 소개했다. 음성 증상(12장) 역시 전략적으로 잘 다룰 수만 있다면, 더 이상 치료적인 비관사항은 아니다.
조현병과 동반된 우울증과 중독물질사용 장애(13장) 역시 논의해 두었다. 인지치료 는 초기에 치료적 효과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3장). 그리고 재발방지에 관련된 주제들과 치료종결에 대한 논의(14장)도 마찬가지로 상세히 실어두었다. 치료적 난관이 생겨 문제가 지속되거나 치료의 정상적인 패턴을 벗어나는 문제상황을 다룰 수 있는 접근법 역시 기술해 두었다(15장).
정신증에서 흔히 보게 되는 비관론은 현재 인지치료의 효과로 인한 치료적 낙관론 에 의해서 점점 그 과거의 위세를 잃어가고 있다. 조현병과 정신증을 앓고 있는 환자 와 그 가족들에게 정신 건강관련 의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기를 바라며, 정신증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이해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저자들은 이 책이 그런 도움을 주는 안내서가 되기를 소망한다.
옮긴이 이상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건국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충주병원에서 인턴과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다.
•국방부 의무사령부 산하 국군강릉병원에서 신경정신과장을 역임하였으며, 2008년에는 미국 University of Louisville Hospital에서 Dr.Steven Lippmann 교수지도하에 Consultation Liaison Psychiatry(자문조정정신의학)을 연수했으며, 2012년에는 미국 뉴욕 Long Island Jewish Medical Center Zucker Hillside Hospital에서 Dr.Samuel Bailine 교수지도하에 Electroconvulsive Therapy(전기경련치료)를 연수했다.
•현재 거제 21C 한일병원 부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2013년부터 (주)삼성중공업 해피웰빙센터 상담전문의로 직장인의 마음건강을 함께 돌보고 있다.
•한국정신분석학회 정회원, 대한조현병학회 및 한국정신신체의학회, 대한청소년 정신의학회 평생회원이며 저서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