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의 글
이 책은 한의과대학의 한의 진단 실습을 지도하기 위한 교재로 기획되었습니다. 본래 한의진단 영역에서 실습해야 하는 내용은 광범위하지만 이제 갓 한의과대학 공유 교재로서 첫 발을 뗀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그 일부일 뿐입니다. 특히, 주로 사진(四診) 영역의 실습만을 수록하여 진찰 후에 이어지는 변증(辨證)등 진단 과정에 대한 실습이 누락된 것은 본 교재의 한계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종래의 실습서와 뚜렷이 다른 몇 가지 새로운 지향점을 가지고 저작되었습니다. 우선 각각의 실습 과정에 대해 정량적 달성 목표를 제시하여 해당 실습 교육이 성공하였는지 실패하였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실습생 개개인이 그러한 목표에 달성했는지 판단할 ‘성취도 평가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실습 목표 달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근래의 교육에서 강조되고 있는, 교육이 소기(所期)하는 성과가 무엇인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교육의 성패를 판정하는 추세에 따른 것일 뿐만 아니라, 수강생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 교육의 성패가 좌우되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교육 서비스 공급자가 최종적으로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규정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고자 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전통적 한의 진단의 학습에서 요구되는 진단 술기 이외에 오늘날의 한의 진료 환경에서 주목해야 할 몇몇 새로운 술기에 대한 실습 과정을 제시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오감에 의한 진찰이 한의진단법의 전부일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날에는 각종 기기를 통해 객관적인 수치 정보를 다차원적으로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간의 오관으로 감지할 수 없는 물리량을 통해 진단에 참고할 정보를 얻는 것도 가능합니다. 본서는 이러한 변화를 감안하여 맥진, 설진 등에 기기를 활용한 술기를 제시하여 현대적으로 확장된 사진 술기의 실습을 포괄하고자 하였습니다. 한편, 과거와 달리 큰 폭으로 증가한 한의사의 수는 일차 진료 현장에서 의료인이라면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적 술기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본서는 이 점에도 착안하여 일차 진료 수행자로서 필요한 현대 진단 술기도 일부 수록하였습니다.
셋째로 이 책은 각 장의 앞 부분에 각각의 진단 영역에서 숙지해야 할 이론적 내용을 요약하여 ｢학습내용 요약｣이란 이름으로 실었습니다. 이는 실습 전 참고해야 할 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이론 강의에 활용할 자료로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이 책이 나온 지 세 해가 지났고 전국 각지의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두 해에 걸쳐 실습에 사용되었습니다. 2년이란 시간은 긴 시간이 아닐 수 있겠으나 집필진은 그간의 경험과 내외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초판에 대한 최소한의 수정을 가하여 수정판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초판의 오자를 빠짐없이 교정하고자 하였고 실습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반영하여 실습보고서 형식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또한 초판 출간 이후 짧은 기간이 흘렀을 뿐이지만 그 사이에도 한의 진료 환경이 변화된 것을 감안하여 일부 진료 실무 관련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더불어 실습보고서의 배치와 형태를 조정하여 실습생의 편의를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은 많겠으나 아무쪼록 이 책이 한의 진단 술기의 기초를 다지는 데 최소한의 길잡이로서 활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17년 3월 2일, 저자를 대표하여 김기왕 적음
